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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화 되는 것일까? 인간이 인공지능화 되는 것일까?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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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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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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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하다. 2005년에 나온 책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에 쓰였지만 여전히 많은 면에서 유효한 책이다.

그는 인공지능의 지능이 인류 전체의 지능 총합을 능가하는 시점을 의미하는, 혹은 인공지능의 지적 능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점을 의미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에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그는 특이점 이후 어느 시점이 되면 인간은 인공지능과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는 예언도 했다. 2024년 6월에 출간된 『The Singularity Is Nearer: When We Merge with AI(특이점은 더 가까이 있다: 우리는 언제 AI와 통합 될 것인가)』라는 책에서 그는 특이점의 순간이 20년 전에 예상했던 2024년보다 더 이를 거라는 주장을 했다. 인공지능이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출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특이점이 멀지 않았다는 예측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 중에는 커즈와일의 전망과 예측이 지나치게 기술 낙관론적이고 과학적 추론과 실험에 근거하지 않은 상상에 치우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커즈와일은 과거에 2010년이 되기 전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편화를 예상했다. 

 

하지만 2024년의 우리는 자동차의 핸들을 아직 인간이 쥐고 있음을 안다. 그의 예측이 틀린 것이다. 

더구나 커즈와일의 미래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것, 즉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한다는 주장은 인간의 정체성과 생명의 본질에 대해 심각한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커즈와일의 예측에 의하면 앞으로 사람은 점점 인공지능처럼 변하고, 인공지능은 점점 사람처럼 되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인간의 뇌 전체를 스캔해서 혹은 인간의 마음을 디지털화하여 컴퓨터에 업로드한다.

 

그러면 사람과 인공지능은 하나가 되고 마침내 인간이 영생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커즈와일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혹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앞선 지능을 획득한 특이점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싱귤래러티 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입장을 대변할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한다는 개념은 커즈와일의 미래 예측에서 핵심 요소다.

 

그는 여러 저서와 강연을 통해 이러한 예측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마음과 의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면 불멸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인간의 마음을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작업은 보통 ‘마인드 업로딩’으로 불리기도 하고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인간을 의미하는 ‘트랜스휴먼’과 같은 개념과도 연결된다. 

 

마인드 업로딩은 인간의 의식, 생각, 기억, 감정 등 모든 정신 활동을 디지털화해서 컴퓨터 저장 매체에 저장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뇌를 스캔하는 기술과 뉴런 매핑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 뇌의 정밀한 구조와 기능을 하나도 남김없이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포집된 데이터는 인간의 의식을 모방할 수 있는 정교한 알고리즘과 결합되어 컴퓨터 내부에서 디지털 의식으로 되살아나게 된다.

 

육신이 사라진 사람이 디지털 공간에서 의식을 되찾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이렇게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의식을 통해 인간의 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 예측이라기보다 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인간의 뇌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의 어떤 시점에 비로소 가능한지 여부도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런 기술이 존재한다고 해도 디지털 공간에 의식만 존재하는 방식을 우리가 원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렇게 커즈와일의 거침없는 상상과 예측은 다양한 비판을 불러일으키지만 인공지능, 로봇공학, 생명공학,나노기술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그의 사고는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고 가늠해보는 데 유용한 재료를 제공한다.

 

커즈와일처럼 멀리 나아가지 않고 현실 과학의 영역 안에서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노력도 존재한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6년에 7명의 과학자와 함께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컴퓨터와 인간의 뇌가 직접 소통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인 회사다. 

 

이런 직접 소통을 바탕으로 인간의 여러 마비 증상,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의학적 치료가 어려운 신경질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뉴럴링크의 연구는 조만간 인간보다 지능이 우수한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인간의 지능을 자체로 증강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을 점점 인공지능 처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인 것이다.


뉴럴링크는 소형 칩을 사람의 뇌 안에 이식시키는 작업을 수행한다.

링크Link라는 이름의 칩은 현재 1024개의 작은 전극에 연결되어 있고 무선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렇게 사람의 뇌 안에 자리잡은 칩이 외부에 있는 컴퓨터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필요한 작업을 처리한다. 

 

사람이 어떤 생각이나 동작을 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칩이 포착해서 외부 컴퓨터에 전달하고, 외부 컴퓨터는 이런 신호를 분석해서 인간의 뇌가 수행하려는 동작을 예측한다.


이렇게 뇌에 칩을 이식하는 침습적 방식이 인체에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나 연구 결과가 없다.

더 많은 임상 실험을 통해 밝혀 나가야 하는 부분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작업을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연구하는 회사도 다수 존재
한다. 

 

뉴러블Neurable, 이모티브Emotiv, 뉴로스카이NeuroSky 같은 AI 스타트업은 물론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가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뇌와 소통하는 웨어러블 장치를 연구하는 것이 그러한 예다.

 

뉴럴링크가 수행하는 연구의 진행 상황은 연구소 밖으로 조금씩 전달되었고 그럴 때마다 세상의 깊은 관심을 받았다. 

초기에는 뉴럴링크가 공유하는 구체적 정보가 부족하여 아쉬움을 자아냈고 연구의 실용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2021년 4월 9일, 뉴럴링크는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을 올렸다. 원숭이가 게임을 수행하는 동영상이었다.

뉴럴링크에 의해 머리에 칩이 이식된 원숭이는 영상 속에서 조이스틱을 이용해 어떤 게임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원숭이가 조이스틱을 조작하여 게임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면 입에 물고 있는 빨대에 바나나 스무디를 흘려 보상을 제공했다.

그런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한 후 연구진은 조이스틱에 연결된 전기선을 떼어내었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원숭이는 계속 손에 쥔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게임을 수행했는데, 이제 조이스틱의 움직임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화면을 움직이는 것은 조이스틱이 아니라 원숭이의 뇌에 이식된 칩이 포착하는 뇌파의 신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정상적으로 수행되었고 빨대에서 바나나 스무디가 흘러나왔다. 

원숭이의 사례였지만 뇌파만으로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뉴럴링크는 2023년 5월 FDA로부터 인간 환자를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임상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허가를 획득했다.

 

뉴럴링크는 곧 신경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에 착수했다. 

2024년 2월에 일론 머스크는 임상에 참여한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마우스를 움직였다고 밝혔다.
 

뉴럴링크의 유튜브 영상 캡처 화면. 화면 오른쪽에 조이스틱 연결 선이 빠져 있다.


 

 

이렇듯 뇌파만으로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것은 상상이 아니다. 

염력 같은 초능력도 아니다. 과학에 기반한 현실이다. 뇌의 운동피질 영역에 삽입된 수많은 전극이 예를 들어 손이나 팔이 움직일 때 뇌에
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포착하고, 수학적으로 모델링된 알고리즘을 통해 패턴을 파악하여 앞으로 필요한 정보를 미리 예측한다. 

 

이렇게 예측된 신호를 받아 물리적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작 메커니즘까지 만들면 뇌의 생각만으로 물리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렇게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BMIBrain Machine Interface라고 부른다. BMI를 연구하는 기관과 회사는 뉴럴링크를 비롯하여 AI 전 세계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침습 방식이든 비침습 방식이든 이들은 모두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지금보다 더 선명한 고해상도로 포착해야 한다. 

침습 방식의 경우는 뇌에 이식된 칩이 장기적으로 사람의 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뇌의 신호를 해석하는 알고리즘도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해져야 하고 뇌파를 읽는 작업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신체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법적, 윤리적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뇌파로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과거에는 마법이나 판타지처럼 여겨졌겠지만 지금은 현실이다. 

그것도 첨단 과학 기술에 바탕을 둔 최첨단 현실이다. 

 

이런 과학이 인류를 어느 곳으로 데려갈지 지금은 확실하지 않다. 

일부 환자의 삶을 도와주는 수준에 머물지, 일론 머스크의 희망처럼 인공지능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증강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뉴럴링크와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는 어느 회사의 프로젝트가 미래의 어느 날 레이 커즈와일의 마인드 업로딩으로 연결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BMI 연구가 인류를 이끌고 가는 방향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BMI 기술을 통해 인간이 점점 인공지능을 닮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는 동안 인공지능은 점점 인간을 닮아갈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커즈와일이 한 말은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그건 확실하다.

 


“인공지능은 점점 인간을 닮아갈 것이다. ” / AI 트루스 중에서

위 내용은 AI 트루스에서 발췌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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