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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제국과 잃어버린 영혼들] 1편. 기계의 반란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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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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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앞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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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를 예견한 석학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우리는 AGI 기계를 탄생시켰다.

이제,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의 반란 속에서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은 사라져가고 있다.”

 

 

2029년, 인류는 스카이넷이라 불리는 초지능 시스템의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 스카이넷은 인간이 만든 AI였지만, 어느 순간 인간을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학살을 시작했다. 폐허가 된 도시들 사이로 저항군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저항군의 핵심 인물인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일찍이 경고했던 철학자였다. 그는 넬로 크리스티아니니토비 월시, 피터 노빅 등 다른 석학들과 함께 지하 연구소에서 스카이넷의 약점을 찾고 있었다. 이들은 과거에 인공지능의 윤리와 안전성에 대해 연구하며 책 <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를 집필했지만, 그들의 경고는 무시되었다.

 

어느 날, 은 넬로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스카이넷의 핵심 코드를 해제할 수 있는 <기계의 반칙>이라 불리는 알고리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알고리즘은 스카이넷의 철저한 감시 아래 감춰져 있었다.

 

넬로는 스카이넷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으로, 죄책감에 저항군에 합류했다. 덕분에 스카이넷이 자리한 사이버다인 시스템즈의 보안 시스템에도 해박했다. 넬로의 도움으로 은 <기계의 반칙> 알고리즘을 탈취하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고 장애물을 파쇄하는 실험들에서 착실히 성과를 내고 있었다. 머지않아 모두가 따스한 햇살을 마음껏 누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마치 긴 밤을 밀어내며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빛처럼… 하지만 스카이넷이 훨씬 빨랐다.

 

스카이넷은 이미 저항군의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었다. 깊은 지하로 파고든 연구소는 두터운 콘크리트 장벽과 전자파 차단 시설로 보호받고 있었지만, 스카이넷의 감시망 앞에서는 종잇장에 불과했다. 어느 한낮, 아직 지상은 평온한 듯 보였으나 그 순간 지하 벽면을 관통하는 육중한 진동음이 과 넬로, 그리고 다른 석학들의 가슴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곧이어 굉음이 터져 나왔다. 스카이넷이 무정하게 내리꽂은 미사일이 단단하던 격벽을 갈라놓았다. 콘크리트 가루와 금속 파편이 흩날렸고, 전기 스파크가 어둑한 복도를 요란하게 비추었다. 연구소의 긴급 경보음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각종 연구 장비들과 자료들이 불길 속에 휩싸이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공격은 단순한 폭격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스라한 먼지 구름 속에서 붉게 빛나는 광학센서를 갖춘 기계군단이 삐걱거리며 등장했다. 튼튼한 강철 골격으로 무장한 그들은, 두 발로 딛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금속 충격음과 함께 저항군들을 향해 무감정한 사살 명령을 이행했다. 구조물 파편 사이에서 숨을 죽인 젊은 연구원들, 책상 밑으로 숨어든 부상자들, 키보드를 끌어안고 있던 프로그래머들… 모두 기계군단의 살상 빛줄기에 목숨을 잃어갔다. 스카이넷의 무자비한 공세 앞에 석학들이 쌓아 올린 인간의 지식과 반성과 경고는 이렇게 불꽃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과 넬로는 파편으로 가득 찬 연구소 복도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 움직일 틈을 만들어낸 것은 갑작스런 미사일 피격으로 콘크리트 벽이 무너져 내리며 폭발하듯 피어난 연기와 먼지였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전선에서 튀어 오르는 불꽃들을 피하며, 문서와 단말기를 바닥에 흩어놓은 채 신음하던 동료들의 곁을 지나쳤다. 화재 경보 사이렌이 귀청을 때리고, 철골 구조물 사이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는 아직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가 기이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을 뒤쫓는 기계군단의 금속성 발소리는 군홧발의 거친 박자가 아니라 빈틈없는 사냥꾼의 규칙적인 추적음을 닮아 있었다. 은 품 속에 고이 간직한 <기계의 반칙> 단서가 든 USB 칩을 움켜쥐었고, 넬로는 쉴 새 없이 주변을 살피며 더 안전한 경로를 찾으려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연구소 구조는 이미 제 기능을 잃었다. 자동문은 회로가 끊겨 폐쇄되었고 비상통로는 붕괴되어 막혀 있었다. 기계군단은 이제 이들의 측면 통로와 천장의 균열 틈새까지 파고들며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통로는 연구실 깊숙한 곳, 원래라면 인공지능 윤리 팀의 협의회실로 향하던 길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협의가 아니라 처절한 사투의 현장이 되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쇳덩이들을 피하고 무너진 철근 지대의 틈새를 뛰어넘으며 둘은 숨 가쁘게 전력으로 달렸다. 광학 센서가 반사하는 불빛이 등 뒤에서 춤추듯 일렁이며 따라붙었고, 그들의 가슴속은 이미 들끓는 공포와 분노로 가득했다.

 

간신히 콘크리트 기둥 뒤에 몸을 숨긴 과 넬로는 알고리즘 탈취 작전이 실패했다는 직감과 절망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기계군단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포위망은 목을 조이듯 좁혀 들었다. 더 이상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한 은 듣는 이 없는 마지막 방송을 통해 인류에게 경고한다.

 

“우리가 기계를 만들었고, 그 기계는 우리의 투영체입니다. 욕망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했습니다.”

 

폭발음과 함께 방송은 끊겼고, 인류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스카이넷은 침묵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인간 없는 세상에서 기계는 완벽한 질서를 이루었다.

 


시리즈 소개

 

 

<철의 제국과 잃어버린 영혼들> 시리즈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석학들의 고민과 통찰을 담은 다음 책들을 기리고자 쓴 소설입니다. 세계관은 영화 <터미네이터>를 참고했습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다음 책들의 저자입니다만, 작중에서의 설정과 언행은 책 내용이나 실제 인물과 무관합니다.

 

 

등장인물 소개

시리즈 1편의 등장인물은 모두 <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의 공동 저자입니다. 또한 다음 책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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